시작이란

2017.05.24 -Travel Around- 김동우

시작이란 몇 달 전 결재해 놓은 비행기 티켓을 들고 공항으로 가는 날이며
그런 자식을 보는 어머니의 걱정 같은 마음이다.
이상하게도 설렘과 마음씀이 섞이면 기대가 커진다.
오래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던 날이었다.
마음 졸이던 10시간은 나를 호주로 데려다 놓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울렁이던 가슴은 쉬 진정되지 않았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자식을 생각하던 어머니의 마음도 쉬 진정되지 않았을 터.
시작은 그런 것.
처음은 가시에 찔린 것처럼 아프고 떨리는 일이다.
그 조마조마함은 오래전 그 무엇에 처음이 없고 있고의 차이를 만들고 조금씩 나를 조각한다.
로마 어딘가에서 셔츠가 흠뻑 젖은 채 길을 잃고 헤매던 그때,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햇빛에 반짝이던 순간은
지금의 나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결돼 있다.
처음이지만 사실 처음이 아닌, 시작은 그런 것.
누군가 파키스탄 훈자에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
훈자가 가치 있는 건 시작과 끝이 모두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입안을 까끌까끌하게 만드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덜컹이는 버스 안에서 땀 냄새를 맡다 보면 상몽에 나타난 실루엣 같은 마을이 나타난다.
두려운 시작이고 끝이 어떨지 전혀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여정 속에 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숨어 있다.
그들이 소리 없이 행동으로 전해준 이방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가슴 아릴 정도로 뭉클했다.
가슴이 움직이면 자연스레 진심이 전해진다,
시작은 그런 것.
시작하는 사람은 첫사랑의 저릿함에 손끝이 떨릴지 모르고
그 두려움에 덤덤한 척 가면을 쓸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엔 열병처럼 몸이 아픈지 모르겠다.
몸을 털고 일어나 또 여행을 계획한다.
환상인 줄 알지만 한없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여행지를 꿈꾼다.
몇 개월간 또는 몇 년 간의 계획 끝에 머릿속에 그려오던 여행지를 방문했을 때의
실망 내지는 기쁨. 시작은 그런 것.
시작이 중간이 되고 끝이 될 때쯤, 이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다시 시작할 권리가 있다는 걸.
시작은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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